금·은 가격 급등 이후 전망 (귀금속투자, 안전자산, 중장기전략)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산은 단연 금과 은이었다. 금 가격은 연간 60% 이상 급등했고, 은은 1970년대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급등 이후에도 귀금속 강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조정 국면에 진입할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금·은 가격 상승 배경과 중장기 전망, 그리고 투자자 관점에서의 전략을 정리한다.
지난해 금·은 가격이 기록한 역사적 상승
지난해 금과 은 가격의 급등은 단순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넘어,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얼마나 누적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금 가격은 온스당 2600달러대에서 출발해 43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는 전통적인 안전자산 랠리의 범주를 넘어선 움직임이었다. 특히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종료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통화 가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며 금이 사실상의 ‘대체 통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은의 경우 상승 폭이 금보다 훨씬 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은은 귀금속이자 동시에 산업용 금속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 자산으로, 경기 회복 기대와 금융 불안이 동시에 존재할 때 강한 변동성을 보인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친환경 정책 확대,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 기대가 은 가격에 구조적인 수요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여기에 투기적 자금까지 유입되며 가격 상승이 가속화됐고, 이는 1970년대 이후 보기 드문 연간 상승률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2024년은 금·은이 모두 ‘위기 자산’이자 ‘성장 자산’으로 기능했던 이례적인 해로 평가된다.
금·은 강세 흐름, 중장기적으로 이어질까
중장기 전망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불확실성이 구조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가”에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공통적으로 금 가격이 여전히 방어적 자산으로서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부채 증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 등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리스크로 분류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이 단순한 가격 상승 자산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는 핵심 축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행보 역시 중요한 변수다. 최근 수년간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 매입이 꾸준히 증가했는데, 이는 외환보유고를 달러 중심에서 분산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수요는 투기적 자금과 달리 가격 변동에 둔감하기 때문에, 금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은 역시 태양광,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 장기 산업 트렌드와 연결돼 있어,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수요 기반 자체가 급격히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장기 상승이 이어지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기울기의 상승보다는 완만한 우상향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는 시장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급등세 재현에 대한 신중론도 공존
반면 신중론의 핵심은 “이미 상당 부분이 선반영됐다”는 점이다. 금과 은 모두 단기간에 역사적 고점을 형성한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촉매가 필요하다. 만약 2026년을 전후로 글로벌 경기가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경우, 자금은 다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안전자산에 대한 상대적 매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금리 정책이 정상화될 경우, 금의 ‘무이자 자산’이라는 단점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은 역시 산업 수요가 유지되더라도, 경기 둔화 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단기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귀금속 투자를 단기 수익 추구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 내 방어 자산 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지난해의 급등은 예외적인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일 가능성이 크며, 향후에는 수익률보다 안정성 중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지난해 금과 은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장 극적으로 반영한 자산이었다. 중장기적으로도 귀금속의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지난해와 같은 급등세가 반복될 것이라는 기대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은을 단기 수익 수단이 아닌, 포트폴리오 분산과 위험 관리 차원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향후 글로벌 경기 흐름과 통화 정책 변화가 귀금속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